본문 바로가기

BL

[로우루] 느와르 01





 로우가 자신의 앞에 선 소년을 멀뚱히 쳐다본다앳된 얼굴에 피어있는 미소가 요즘 애들과는 달리 순수하다그러니까, 저 나이 또래의 애들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고서 싱긋 웃고 있는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그의 머리에 씌어있는 밀짚모자가 약간 기울어진다.

 

 



  “내 동료가 되라니까?”

 

 



 ...2병인가? 안 그러게 생겨서는.


 아무 대답 없이 소년을 빤히 쳐다만 보던 로우가 몸을 튼다소년에게서 살짝 빗겨 움직인 로우가 제법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자 당황한 소년이 뒤를 돌아본다타닥거리며 뜀박질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여지없이 로우는 손을 붙잡히고 만다.

 



 

  “야아, 그냥 가는 게 어딨어!”

  “…….”

  “내 동료가 되는 게 싫어?”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이들이 소리죽여 키득거린다그래봤자 로우에게 다 들리지만.


 작게 혀를 찬 로우가 부드럽게 소년의 손을 떼어낸다왠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처럼 냉랭하게 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다.

 



 

  “놀이는 친구들과 해라. 난 너랑은 달리 바쁘거든.”

  “무슨 소리야. 놀자는 게 아니잖아! 동료가 되라고!”

  “싫어.”

 



 

 로우의 단호한 대답에 소년이 눈을 휘둥그레 뜬다그리고 인상을 쓰는가 싶더니,

 



 

  “싫어!!!!”



 

 

 떼를 쓴다.

 

 

 

 

 

 

 *

 

 학생식당의 밥을 이렇게 맛있게 먹는 녀석은 처음 본다소년이 빽 소리를 치는 바람에 주위 시선이 모조리 이쪽으로 몰려 하는 수 없이 자리를 피했는데이곳이 식당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시무룩해졌다그 변화무쌍한 성격머리가 너무나도 신기했다그게 로우가 성가신 소년을 좀 더 상대해주기로 마음먹은 이유이다.

 

 말끔하게 그릇을 비운 소년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숨을 고르는데, 입가가 엉망진창이다고작 돈까스를 먹는 데 저렇게 더러워질 수가 있나.


 그 꼴이 우스워 조금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아준다그러자 소년이 벌리고 있던 입을 꾹 다물어준다남이 챙겨주는 데에 익숙한 모양이다.

 

 로우의 손이 떨어지자 소년이 씩 웃는다역시. 다시 봐도 깨끗하고 딱 제 나이다운 웃음이다.

 

 



  “고마워. 난 루피.”

  “…….”

  “…….”

  “…….”

  “…….”

  “……로우.”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을 끝내 무시하지 못하고 이름을 말해준다로우의 이름을 몇 번 곱씹어본 루피가 고개를 끄덕인다.

 

 



  “로우.”

 

 



 싸가지없게, 어린 자식이 감히 반말이다로우의 인상이 단번에 구겨진다그러나 루피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이다.

 



 

  “너 정말로 내 동료가 될 생각 없어?”

 



 

 어째 그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했다이제는 대답할 가치도 느낄 수가 없고, 더군다나 반말이나 지껄이는 소년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

 

 루피를 내버려둔 채 자리에서 일어선 로우가 그대로 식당을 빠져나온다막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 순간, 바깥에서 달려오던 한 남자와 어깨를 부딪치고 만다.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까닥이며 상대를 힐끔거린다눈부신 금발에, 담배를 입에 문 검은 정장의 남자다그다지 학교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아아, 죄송.”

 



 

 짤막하게 사과를 남긴 금발의 남자가 식당 안으로 사라진다오늘따라 이상한 녀석을 많이 보는구나, 싶다그렇게 느낀 로우가 막 자리를 뜨려는데,

 

 



  “루피! 여기서 뭐 하는 거냐! 갑자기 차에서 뛰쳐나가서는!”

  “으아악! 귀 잡아당기지 마!”

 



 

 익숙한 목소리가 식당 안쪽에서 들려온다금발의 남자가 루피의 '동료'였던 모양이다.

 

 로우는 자신도 모르는 새 자리에 멈추어서 다시 식당 쪽을 돌아본다유리문 너머로 귀를 붙잡힌 채 금발의 남자에게 질질 끌려나오는 루피가 보인다그러고 보니 루피가 입고 있는 옷도 정장으로 보이는 것 같다비록 목 부근은 죄 풀어헤친 하얀 셔츠에, 검정 바지뿐이라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저 교복이려니, 했는데 금발의 남자와 나란히 선 꼴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다무슨 상이라도 당한 건가?

 

 기어이 밖으로 끌려나온 루피가 막 로우를 지나치는 순간. 로우는 자신의 명치 부근이 확 끌어당겨지는 것을 느낀다.


 반사적으로 몸을 앞쪽으로 숙이자, 그를 당긴 범인이 미안한 기색도 없이 씩 웃는다덕분에 혼자 당황한 그의 일행, 금발의 남자가 급히 로우에게 사과를 한다.

 



 

  “, , 죄송합니다. 야 임마, 루피! 너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짓이야!”

  “, 로우. 정말로 안 갈 거야?”

  “…….”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는 무슨, 얼어죽을루피의 손을 쳐낸 로우가 구겨진 옷자락을 다듬는다그리고 두 사람을 지나쳐 성큼성큼 걸어가버린다그 뒷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보던 루피가 얼굴을 서서히 굳힌다.

 



 

  “상디, .”

 



 

 로우와 루피를 번갈아 보던 상디가 혀를 차며 루피를 놓아준다하루이틀 루피의 곁을 지켜온 게 아니다루피의 성격에, 지금이 무슨 상황인 지 대충 예상이 간다그 또한 거쳐 온 과정이니까.

 

 상디에게서 벗어난 루피가 빠르게 로우를 따라잡는다기척을 느낀 로우가 돌아보는 순간,

 

 



  “나랑 같이 가자. 난 네가 무지 맘에 들어.”

 



 

 아까와는 달리, 루피가 무척이나 강한 힘으로 로우의 팔을 붙잡는다아릿아릿한 고통에 로우가 인상을 쓰며 루피의 손을 떼어낸다힘이라면 로우도 지지 않는다.


 약간의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 루피의 손을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실수였다루피의 눈에 순간적으로 빛이 번뜩이는 것을, 로우는 봤으니까.

 

 



  “상디.”

  “?”

  “, 이 녀석이 진짜로 마음에 들어.”

  “어어. 그러냐.”

  “데려갈래.”

  “, 그러든지.”

 



 

 이것들이 어디서 사람을 개취급해?!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로우가 메고 있던 가방끈을 서서히 어깨에서 벗겨낸다그리고 막 가방을 내려두려는데,

 

 



  “───?!”

 



 

 아까 당겨졌던 명치 부근에 강한 충격이 불처럼 번진다어찌나 센지, 제법 맷집이 있는 로우의 의식이 점점 까마득해질 정도다.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루피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아드득, 이를 간 로우는 굳게 다짐하며 눈을 감는다정신을 차리면 저런 애새끼 따위, 반드시 두들겨 패서 경찰서에 처넣겠다고.

 

 

 

 






그리고 왠지 루로우같다






'B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우루] 겨울비 정류장 02  (2) 2014.04.10
[로우루] 겨울비 정류장 01  (3) 2014.01.12
[로우루] 치료  (0) 2013.09.06
[로우루] 짧은 썰  (1) 2013.07.29
[로우루] 재회, 그 밤  (0) 2013.07.27